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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 base의 마지막 궤적 시리즈겠군. 여기까지만 플레이해야겠다 라는 다짐으로 <시작의 궤적>을 구매했었다.
오랜만에 영웅전설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알았는데 <여의 궤적>이 출시되었다고?
칼바드 공화국이 배경인데 피 클라우젤이 나온다고?
...할 뻔 했으나 아직 한글화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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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적 시리즈까지만 하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진부한 스토리 전개
실컷 싸우면서 패배할 것 같은 상황에서 '거기까지다'를 외치며 난입하는 조력자 덕분에 승리를 거두게 된다거나,
나쁜 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정이 있는 놈이라 마지막에는 적이 아니게 된다거나,
죽은 줄 알았는데 금단의 마술이나, 어디 숨어서 지냈다거나 하는 식으로 부활하는 스토리 전개는 이제 너무나 지겹다.
2. 연출
상대방을 향해 30초가 넘어가는 설교를 중간에 끊기지도 않고 거창하게 늘어놓고, 상대방도 그 답변으로 30초 넘게 이야기를 하는 연출은 이제 그만 좀 했으면 한다.
길고 현란한 수식어로 말만 거창하지 사실 별 의미도 내용도 없는 중2병식 설교 없이 전투로 돌입하는게 나아 보인다. (재패니즈 감성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나 같으면 5초만에 "닥쳐!" 라고 하며 당장 공격.
거리상으로 보면 절대로 들리지 않는 위치에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엿듣거나, 중간에 말을 끊고 난입하는 전개.
5층 건물 정도 되는 절벽 위에서 절벽 아래에서 일상적인 음량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를 엿듣는 것은 조용한 밤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 절벽 위에서 펄쩍 뛰어내리는 것도 중상을 입을 만한 일인데 이 세계관에서는 놀랍지도 않게 자주 일어난다.
테크놀로지 부조화. 플레이 중에서 볼 수 있는 라디오 크기가 얼추 30cm x 15cm x 10cm가 훌쩍 넘어보이고, 자동차는 고가의 물건이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는 세계관인데 통신기가 부착된 이족보행 로봇이 나오고 그 이족보행 로봇을 검과 총 등으로 때려서 물리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3. 호감도 시스템+줏대없는 커플링
여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하렘식 전개는 이제 멈춰!
영벽궤에서 조짐이 보이더니 섬궤에서는 대놓고 만든 호감도 시스템 때문에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도 골치 아프다.
그리고 각 시리즈 주인공인 로이드와 린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인기를 몰고 다닐 정도로 여성에게 매력적인 타입이 아니라서 몰입이 잘 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미남이라는 설정이 있었다면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한데, 그런 설정도 없고...
그리고 섬궤 1,2에서 알리사로 공식 커플링 할 것처럼 DLC도 내어놓았다가 3,4에서 뜬금 알티나로 갈아타는 건지..사악한 하얀 로리같으니
공식 커플링은 하나만 정하고 밀어줬으면 좋겠다. 요슈아x에스텔, 랜디x미레이유, 올리비에x셰라자드 처럼 말이다.애거트x티타는 반대
4. 인물간 분량 분배의 실패
각 캐릭터간 분량 조절에 실패한 듯하다. 캐릭터 설정은 훌륭했으나 그 설정을 잘 살리지 못하고 존재감이 희박한 캐릭터들이 많다. (엘리엇...ㅠ) 차라리 플레이어블 캐릭터 수를 줄이고 각 캐릭터 서사에 정성을 들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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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의 궤적>은 궤적의 새로운 시리즈로 나왔지만, 기존 궤적의 전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작품이라면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시작의 궤적 플레이가 끝나면 기존 궤적시리즈 트로피 작업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