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를 하면서 돈을 버는 아저씨들을 소위 린저씨들이라고 불렀었다.
이제 나도 린저씨라고 불렀던 사람들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나는 여전히 마비노기를 플레이하고 있다.
이 게임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어서 오랫동안 플레이를 해 오셨나요? 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내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에, 사람들과의 추억 때문에,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한 플레이가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수많은 이유들을 구구절절히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다.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다녀왔다.
공연이 예매 초반에 빠르게 매진되었지만, R석 취소표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헤드폰과 스피커로만 듣던 BGM이 실제 악기로 연주되면서 3차원의 공간감과 함께 귀에 들어왔다.
내가 게임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의 머리 위에 퀘스트 마크가 보이지 않을까 잠깐 상상을 해 보았다. 가능한 편곡을 적게 하고 원곡을 살려 주기를 바랬는데 바라는 대로 되었다.
최종무곡의 멜로디를 신디사이저가 꽤나 빠른 템포의 곡인데도 불구하고 박자가 어긋나거나 음이 씹히지 않고 하나하나 연주하였다.
제1 바이올리니스트는 신들린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제는 보이지 않네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는 인게임에서 들을 수 있는 BGM보다 더 나았다. 인터미션과 공연 후에 나오면서 들린 다른 사람들의 공연평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스트링은 역시 신디사이저보다 실제 악기 연주가 듣기에 좋았다. 개개 현악기의 음이 묻히거나 뭉쳐지지 않고,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통일감이 있었다.
마림바와 실로폰 등의 타악기도 잘 조화되었다.
시간과 돈이 있다면 2회차 3회차 공연도 관람하고 싶다. 그렇지만 혹시 오케스트라 OST나 20주년 굿즈가 발매될 수도 있으니 그 때를 대비해 돈을 아껴두기로 했다.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사람들이 주 관객인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전날의 빗속 판타지 파티에도 참석한 것처럼 보였다. 젊은 유저들이 많아서 기뻤다. 늘 망한다 망한다 하지만 우리 게임은 아직 안 망하겠구나.그들은 공연이 끝나고 글렌을 가야겠다느니, 길드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았다.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아마 나처럼 오래 된 유저들은 현생이 바빠서 오지 못했을 거다.
경훈 시미니(민경훈 디렉터)는 공연 시작 전 무대에서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공연을 같이 관람했다. 공연 후에도 바로 가지 않고 패널 앞에서 유저들에게 인사를 하다가 민경훈을 외치는 유저들에게 둘러싸여 유저를 촬영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비록 이번 판타지 파티가 망했고, 랜르카나가 나오지 않아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역대 디렉터 중에서 그나마 유저와 소통하고 마비노기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디렉터가 아닌가 싶다.
결론은,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대성공한 5성( ★ ★ ★ ★ ★ )공연이었다.
많은 유저들이 신들린 연주를 들으러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