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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벌게 하는 수단에 가치를 둔다. 현대 사회에서 공학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된다.
그래서 공학을 배운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을 생산하여 돈을 버는 업종에 종사할 확률이 높다.

공학은 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대체로 과학은 공학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모든 과학은 수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대체로 수학은 과학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
(물론, 예외는 존재하며, 이렇게 학문의 뿌리를 따지면 철학까지도 올라갈 것이고 끝이 없을 것이다.)

내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부하는 것들을 내 또래의 공학도들은 십여년 전에 다 배웠다고 생각하면, 전직 과학도로써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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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하는 이야기지만, 처음 회사원이 되었을 때 전자과만 유리한 것 같다고 랩선배에게 투덜거린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랩선배는 "그건 네가 전자회사를 들어갔기 때문이야." 라고 말했다.
나는 "그럼 물리회사를 차려야겠어요."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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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R을 다 읽었다.
어떤 용어나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유도과정 없이 정의를 쓰고 곧바로 내용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 통계학, 컴퓨터공학 등의 기반 지식이 필요한데 그 내용들을 생략하고 설명하는 것이 많아서, 내용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책을 읽어보라고 알려준 Y와의 대화의 결론은, 공학서적은 그런 식의 전개방식을 택하는 방법이 많다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과학서적은 그런 측면에서 스텝 바이 스텝으로 설명을 잘 해 놓는 편이라는 것이었다.

전에 다른 사람과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 사고방식은 물리과 특성이며, 그런 사고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어쨌든, 저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어렵기도 하지만, 설명 또한 너무 불친절하다. 내가 책을 쓴다면 절대 저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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