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 일인지 여기도 눈이 옵니다.
눈...
눈이 오지 않았으면, 겨울은 제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계절로 자리잡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함박눈이 펑펑 오는 날이라면,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아니 별의 조각이 눈으로 떨어진다고 한다면 훨씬 어울리는 표현이겠네요.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밟고 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아마도 깨끗한 것을 더럽히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이겠지요. 새 노트에 이름을 쓸 때의 그것과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밟히지 않은 눈이 가장 아름답고 보기 좋음을 알면서도 일부러 아직 밟히지 않은 눈만 골라서 밟고 지나갑니다.
아니면, 좋아하기 때문에 밟게 되는 것일까요? 무의식적인 자기 소유의 표현,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밟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움직이기 싫어하지만 눈이 오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눈을 맞으며 약간 돌아다녔습니다. 어제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방에 돌아오니까 훨씬 안 좋네요. 지난 주에 헤어진 감기군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언젠가 돌아온다고, 반드시 그렇게 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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