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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 한다는 이야기를 세 번째 듣고 있다.
"말은 그럴듯하게 잘 하시는데..(생략)"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을 하셔서...(생략)"
"다른 엔지니어 분들에 비해 말을 잘 하신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내가 정말로 조리 있게 말을 잘 하는 건가? 이것도 재능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
콧대가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내 생각으로는, 회사를 다니면 일만 하면서 사람이 점점 바보가 되는 것 같은데, 회사를 오래 쉬었더니 조금 정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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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협상의 기초 금액을 산정했다.
요즘 업계 경기도 좋고, 그에 따른 인력 쟁탈전으로 사람도 모자라고, 이 포지션이 모종의 사정으로 오랫동안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측에서도 일할 사람이 급한 것 같아 보여서 아주 살짝 올려 보려고 했다. 그래봤자 이전에 일하던 연봉의 백의 자리에서 반올림한 금액이다.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연 4%로 고려하면 총 금액으로는 0.1 정도는 내가 손해인 셈이다.
헤드헌터가 현업에 있었다면 가능했겠지만 공백기도 있는데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것 아니냐고 말린다.
만약 재직 중이었다면 제가 산정한 금액에서 0.2는 더 불렀을 거에요! 라고 말했지만 너무나도 끈질기게 설득한다.
헤드헌터로서는 처음 진행하는 포지션이고, 기존에 헤드헌터가 많이 진행해 보았던 포지션보다는 상위(?)포지션이라 더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그 금액 이하로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회사측에서 네고를 할 것을 고려할 금액이며, 근거 자료를 보면 그렇게 터무니없는 금액은 아닌데 말이다.
공백기가 있음을 감안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보너스도 좀 깎아서 산정한 금액이라 잘 따져 보시면 그렇게 양심less한 금액도 아니란 말입니다! 게다가 국내외 출장도 많고 라인도 들어가야 되잖아요. 그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수당도 필요해요. 그리고 노동집약적 업계에서 (자타칭) 고오오오급인력을 쓰시려면 돈을 주셔야 합니다.
내가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경력과 연차에 따른 내부적인 연봉 테이블에 구직자가 제시한 금액이 합리적인지만 고려할 것이고 이미 면접 프로세스를 다 통과한 마당에 공백기를 감안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왜 자꾸 공백기 운운하며 희망연봉을 깎으려 드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다시 말하지만 협상 가능하고 어느 정도 깎일 것을 예상해서 부른 금액이라니까요? ㅠㅠㅠ ㅠㅠ ㅠㅠㅠㅠㅠㅠ
결국은 처음에 생각한 금액보다 조금 깎아서 부르기로 했다. 2018년 기준 예상연봉 정도로. 더 받으면 너무 적게 불렀나 싶어서 슬플 것 같고, 깎여서 오퍼가 오더라도 슬플 것 같다. 그래도 이왕이면 더 많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