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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과 CV+자기소개서를 쓰는 거짓의 시간이 다가왔다.
왜 거짓말인 줄 다 알면서 묻는 거지? 겉보기에 공정해 보이기 위해서인가?
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단계 사람을 거르기 위한 방식인가?
못 쓰면 깡통, 잘 쓰면 본전인 문서다.
학점이나 논문은 쓰잘데없는 미사여구 없이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을 나타내 주는 척도가 된다.
이 사람은 공부를 열심히 했군, 이 정도의 IF에 이 주제면 똑똑한 학자군, 논문 개수를 보아하니 열심히 연구했군.
그러나 CL, CV, 자기소개서는 너무나도 불합리하다.
직무기술서를 보자.
신문기사에 보도된 화려한 실적들을 마치 내가 이루어낸 것처럼 쓰지만 사실 그것들은 100명, 때로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 낸 하나의 결과일 뿐이고, 실제 내가 한 것들은 눈에 띄지도 않는 모래알같은 것들이다.
목적지까지 수레를 이동한 것이 실적이라고 한다면, 수레 오른쪽 앞바퀴 앞에서 작은 돌들을 주워서 길을 평탄하게 했어요ㅡ 라는 것들은 아무도 관심없어 할 거다. 그러므로 '도보를 평탄화하는 작업을 수행하여 마찰력을 감소시켰고, 수레의 빠른 도달에 기여하였다' 라는 식으로 쓰는거다. -_-
어떤 데는 길게 쓰면 끝이 없으니 짤막하게 쓰라고 하고 어떤 데는 자세하게 쓰라고 하고 첨삭팁이라고 올려놓은 것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자기소개서를 보자.
내 장단점,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왜 써야 하며 왜 그걸 또 직무와 연관을 시켜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직무와 연관을 시키기 위해 그럴싸한 장단점을 생각해 내야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협상가 역할을 하였다(x)
정말죄송해요ㅠㅠㅠㅠ이거 ㅇㅇ님 지시사항이라서요! 다음에 제일 먼저 챙겨 드릴게요! 라고 징징대고 내 업무를 우선 처리했다.(O) (... 지시사항이라서 챙기라고 한 걸 나더러 어떡하라고.)
항상 업무간 우선순위를 생각하여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였다 (x)
오후 4시에 떨어진 최우선 긴급업무를 위해 메신저 자리비움으로 해놓고 전화 안 받고 야근했다. (O)
이직 동기. 일이 별로거나, 돈이 별로거나, 사람이 별로거나 중의 하나일진대, 솔직하게 쓰면 안 된다고 한다. 'x같아서 관뒀다 어쩔래?' 를 속으로 백 번 되뇌면서 겉으로는 꿈이니 비전이니 하는 말을 써야 한다.
지원 동기. 돈을 벌지 않으면 밥을 굶어야 하니까. 가족들을 위해서. 라는 말도 못 쓰고 당신 회사가 이러이러해서 관심이 있었고 마음에 들었다 라며 아첨을 해 줘야 하는 더러운 세상.
앞으로의 포부. 월급 주는 만큼 일하면서 살거고, 1년 뒤에 어떻게 될지 나도 몰라요. 라고 못 하고 '5년 뒤에는 부장이 되어 있을 것이고 10년 뒤에는 임원이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해야 하다니. (임원은 비정규직이라서 솔직히 별로다.)
그리고 왜 이걸 첨삭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잘 써야 하는건데? 내가 일을 잘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말이야.
4시간 동안 썼는데 1/3페이지도 못 썼다.
나는 어떤 일을 잘 하고 빨리 할 수 있느냐에 있어서 의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의욕은 이미 마이너스다.
그냥, 다 때려치고 한강이나 갈까. 라는 말이 농담같이 들리지는 않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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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작고 빠른 플래그십은 이제 거의 출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선택지가 없었으므로, 아이폰 미니를 선택했다.
사전예약은 쿠팡고시에 실패하고, 공홈에서 할인 없이 정가로 샀다.
지원씨(Xperia XZ1c)가 죽기 전에, 빨리 사는 것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 프리징, 발열, 재부팅, 용량 부족(32GB 용량이라니ㅠ), 배터리 부품으로 인한 화면 들림과 그로 인한 조도 센서 오인식, 통화 중 저절로 통화 끊김... 소니타이머를 가지고 고생이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용량은 다다익선이니, 512GB로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256GB다. 중고로 팔더라도 128GB보다는 좀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도 있다.
핏빛 빨강, 블러디 레드다. 보고 있으면 헌혈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빨강색 쏘울의 토마토케첩같은 색에 가깝다.
크다. 지원씨보다 세로길이가 더 길고, 가로길이는 비슷한데 베젤이 살짝 더 얇아서 손으로 터치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그리고 뒤로가기 제스처를 쓰려면 왼쪽 측면의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데 오른손 파지를 해서는 엄지손가락이 닫지 으므로 왼손 파지를 해야 하는데 왼손 새끼손가락이 짧아서 불안정하다. 세로 길이가 길어서 어쩔 수 없이 위쪽을 터치할 때는 양손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