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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졌다.
세상에 회사가 거기만 있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을 하려고 노력중이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JD에서 요구하는 사항 A&B&C&D&E&F중에 A&B&C&D&E 를 만족하는 정도로 이거 난데? 나 아니면 누구를 원한다는 거야? 정도의 직무적합성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도 잘 해 봐야 저 조건들 중 A&B&C 정도를 만족하는 게 보통이고 A&B&C&D도 몇 없으니, 꽤나 자신이 있었다.
동 회사를 채용 프로세스 진행 중에 헤드헌터한테서 추천받기도 했고, 심지어 오전에 탈락 통보를 받고 그 날 오후 다른 헤드헌터가 추천을 하기도 할 정도였다.
공백기가 길어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서류도 무난히 통과하고, 엉망이라고 생각한 1차 인터뷰도 무난히 통과했으니 2차는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분야에 대해 인터뷰어가 잘 알지 못해서 해당 직무를 한 사람으로 갸우뚱할 만한 질문들이 많았지만 크게 문제 없이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공백기? 나이? 파운더리쪽 솔루션을 개발하고 싶은데 메모리 개발 경력이라서? ML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영어?
처음에 사이트 하나에서만 올라와 있던 공고가, 며칠 후 다른 사이트에도 올라오고, 지금도 공고가 내려가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지원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이는데 말이다.
더 적합한 사람을 구했고,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보다.
그 동안 아침에 전화가 올까봐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 업무시간에는 늘 깨어 있었고, 파이썬도 배웠고, ML관련해서 책도 읽고, edx 강좌도 여러 개 듣고, 영어 라디오와 TV프로그램을 열심히 듣고 봤는데 소용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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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열심히 한 데 대해 크나큰 배신감을 느꼈다.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굶지 않게 다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뿐인데 다 못 하게 하면 그냥 굶어죽으란 말인가요.
너무 화가 나서, 처음으로 성탄절 예배도 드리지 않았다.
인생 최대로 우울한 크리스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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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둠으로 2년 정도 수명을 연장한다고 생각했는데 3년 좀 넘게 살았으니 이제 충분히 산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