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데이트 2023.10.24
  • -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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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2.02.13

닿으면 사박사박 부스러질 것 같은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 가끔씩 자의 또는 타의로 삶의 이벤트를 발동시킨다. 지금이 그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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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점점 줄어들어 급기야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체력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고 하루 종일 나른하고 밤에는 잠을 잘 수없는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운동을 시작했다. 체력이 붙는 것이 느껴진다. 활동 대사량이 늘어났을 텐데 몸매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 신기하게도 배에 살이 복근 모양으로 붙어 있다! 이대로 근육돼지가 되는 건 아닐까? 운동 자체는 일부러 에너지를 소모시켜 몸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니 즐겁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운동을 배워서 몸을 좀 더 사용할 수 있게 되고, 할 줄 아는 운동이 많아지고 사용법을 아는 기구가 늘어나는 일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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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장소가 집 가까이 있으니 자주 다니기로 했다. 서브컬쳐는 꽤나 즐겼으나 대중예술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취미를 붙이는 것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다녀왔다. 휴대폰 불빛도, 벨소리도, 속삭임도, 악장과 악장 사이의 뜬금없는 박수도 없었다. 공연 감상 문화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다. 나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서로 다른 악기의 음을 분리하고, 화음을 분리하고 조각조각 내어 다시 이어붙였다. 가녀린 바이올린, 미끄러지는 첼로, 든든한 콘트라베이스, 애절한 오보에, 먹먹한 클라리넷, 경쾌한 플루트, 코끼리같은 바순, 동동거리는 북들과 캐스터네츠 소리까지. 아쉽게도 나는 비올라 소리를 구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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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지출은 언제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보일러 온도조절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온도를 조절하는 다이얼을 한쪽 방향으로 돌렸을 때 설정온도가 일정하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고 무작위로 지정된다. 다이얼 내부의 뭔가가 고장난 것 같은데 이 모델 온도조절기의 고질병이라고 하고, 제조사에서 단종되었고, 새로 교체하거나 수리를 하기에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어쩔 수 없이 호환품을 구매하고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조그마한 기판 하나가 생각보다 많이 비싸다. 교체는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해 보이지만 벽에 있는 선을 제거하고 새 선으로 끼워넣는 일이라서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한다. 작업하다가 감전되면 안 되니 차단기를 내리고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돈을 모아서 전동드릴을 사려고 계획을 했었는데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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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아이패드를 폐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민팃에서는 패드류는 받지 않고, 애플스토어에서도 매입하지 않는 오래 된 모델이라 스토어 방문의 실익이 없다. 그럼 폐가전 수거함에 버려야 하는데 큰 가전제품 말고 이런 적당한 크기의 물품들을 받는지 잘 모르겠다. 패드가 없으니 그림을 못 그려서 조금 아쉽다. 가끔씩 손이 심심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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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좋고 커피가 맛있다는 커피집을 인스타에서 발견하고 방문했다. 사람이 가득 차서 많은 사람들이 대기목록에 이름을 올려두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테이크아웃해서 공원 벤치에 앉아 쪼록쪼록 마셨다. 그럭저럭한 맛이다. 저렇게 줄을 설 일인지도 모르겠다.

미니장미를 키우고 있다.

각종 병충해로 식물키우기의 끝판왕 of 끝판왕이라는데 의외로 아직 안 죽고 잘 살아 있다. 새로운 꽃봉오리도 생겼다.

수집욕이 발동한다. 종류별로 사서 모으고 싶지만 나의 작은 베란다에는 지금 있는 식물들로도 빠듯하다. 특히 미니장미는 하나를 사면 서너개의 개체가 들어 있는 게 보통인지라, 그것들을 분리해서 심어주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화분 너덧개는 금방이다. 이 미니장미도 한 포트(pot)만 구매했는데 판매자분이 서비스로 하나를 더 보내는 바람에 아주 복작복작해졌다. 덩치가 더 자라면 또 분리해 줘야 할 것이고 말이다. 더군다나 장미는 햇볕과 통풍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관리도 까다롭다.

그렇지만 더 갖고싶다! 더! 더! 더!
노랑이도, 하양이도, 빨강이도 주황이도 ㅠㅠ

돈이 있는데 자리가 없어서 못 사다니

ㅠㅠ

고속도로 4중 추돌의 1번차가 되었다.
3번이 2번을 박고 밀려서 내 차를 박고 번외로 4번이 3번을 박은 듯하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난 것은, 특히 터널에서 사고가 난 것은 처음이라서 매우 당황했다.
터널에서 차가 정체되어 있는 순간 화물차가 미처 보지 못하고 정차한 차량들을 밀어버린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영상이 오버랩되면서 빨리 터널에서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10m정도 진행했는데 뒤에 보니 다른 차들은 다 서 있어서 다시 후진을 해서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시내에서 후방추돌은 여러 번 당해 보았고, 그 때는 1대 1이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는데 뒷 차가 밀려서 내 차에 충돌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2번이 충돌한 것으로 생각하고 꽤나 횡설수설했다.
(폭풍같은 이불 발길질!)
2번 차주가 좀 화나 보였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하다. 본인은 제대로 섰는데 뒤에서 밀려서 박았으니 말이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경찰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고속도로 관련 담당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렉카가 와서 차를 ic로 빼라고 했고,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동의한 것 같아서 가장 가까운 ic로 나가서 보험사 직원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으니까 119가 왔다.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경찰이 왔다. 이름과 주민번호, 보험사 이름을 적었고, 충돌이 몇 번 있었는지 물었다. 뒷 차로 가서 상황 정리를 한 다음 3번차 잘못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보험사 직원이 왔다. 뒷 차로 가서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상황 정리를 한 다음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디퓨저에 볼트 자국과 찍힘이 생겼고, 범퍼의 잘 보이지 않는 쪽이 살짝 긁혔고 번호판 플레이트가 부러졌다.

소리는 요란하게 났지만, 충돌이 심하지는 않았다. 상처는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잘 알 수 없다.

사업소를 갈 때는 언제나 망설여진다.

가야겠지. 

항상 차를 사용해야 하니 이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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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터넷 면세점에 들어갔더니 어마어마하게 적립금을 뿌리고 있었다.
출국일정 등록만 해도 100만원을 준다.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적립금 사용이 가능하므로 다 쓰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큰 금액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상품 갯수도 확 줄었고, 그나마 남아 있는 상품들도 품절상품이 많아 소용이 없어 보인다.

환전도 해야 하는데 과연 은행들이 외환 재고를 가지고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공항버스 시간표는 확인했지만 과연 버스가 오는지도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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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저장 용량이 모자라다고 해서 열심히 메일을 지웠다.
한참 지워도 나아지는 게 없어 보였다. 이전에도 한 번 정리를 했었고 말이다.

구글 포토가 저장 용량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데 깜박 잊고 있었다.
사진은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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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서 밑그림에 선을 따거나 채색을 하는 영상을 종종 보게 된다.
슥슥 그리는 걸 보면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번지지 않고, 손도 떨리지 않고 깔끔하게 선을 따지?
어떻게 저렇게 색을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시키지?
테두리에 스며들듯이 채색을 했는데 완성본을 보면 번지지 않고 깔끔해 보이지?
저렇게 반짝반짝거리는 보석 같은 눈을 그릴 수가 있다니.

그림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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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유지비를 끝없이 지출 중이다. '내일의 나'에게 뒷수습을 맡기는 것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생활방식인데 그렇게 살고 있다.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는 보풀이 가득한 니트 말고 칼라가 달린 사회생활용 옷.
하나밖에 없는 귀걸이를 잃어버려서 귀걸이.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위한 헤어 스타일링.
...

너무 많다. 물건을 사면 기뻐야 하는데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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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유지비도 지출이 시작되었다.
그 동안 돈이 없어서 관리 못 한 일반 소모품.
10년 정도 탔더니 본격적으로 교환해야 하는 노후된 소모품.
타이어.
세차용품도 새로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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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동안은 수입과 지출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야 한다.
월급 외에 각종 비용처리로 들어오는 돈과 식사비 및 차량유지비를 잘 따지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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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assword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는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마스터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상태에서 FaceID로 연명해 왔는데, 마스크 때문에 몇 번 에러가 나더니 마스터 비밀번호로만 열리도록 되어 버렸다. 혹시나 해서 이전에 쓰던 지문인식 달린 핸드폰을 켜 보았지만 핸드폰 초기화가 되어 있다. 이게 다 FaceID와 코로나 때문이다. ㅁㄴㅇㅁㄴㄻㄴㅇㅁㄴㅇㄴㅁ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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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된 동영상은 스크립트를 켜 놓더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서 들어야 한다. 영어로 된 자료는 나중에 무슨 내용이었지? 라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그래서 체력이 빨리 소모된다. 체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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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이 열정적인 사람(=나)를 뽑았다고 기뻐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딱히 열정적인 건 아니다. 원리가 정말 궁금했을 뿐이다. 그 정도는 누구나 궁금해 할 수 있는 범주에 들지 않나.
"오 멋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에요?" 정도의 리액션을 했을 뿐인데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 기대를 너무 높여둔 것 같다. 어쩐다. 저런 리액션 하는 것도 다 에너지가 드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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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멋있는데 내 인생에는 그런 멋있는 길 같은 건 없나 보다.
하드웨어 시스템 엔지니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말이 좋아 시스템 엔지니어지 모든 이슈의 최종 종착점이자 동네 북이다. 그리고 본사의 끄나풀 읍읍ㄴㅇㄹㅇㄴㄹㄴㅇㄹ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나는 특별히 잘 하는 것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무엇을 하더라도 평타 이상은 하고 (예외 : 요리) 이것저것 잡다한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관점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전에 일하던 부서 특성과 일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말이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다만, 사람들과 많이 부딪혀야 되고 문제에 대한 답을 도출해야 하고 큰 그림을 보면서 어떤 경우에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부담스럽다. 무슨 슈퍼 인싸처럼 온 사람들과 다 부딪혀야 하는데 생각하기만 해도 정말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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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나대는 페르소나'를 사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더 써야 할 것 같은데 졸려서 오늘은 이만 끝.

접대 모드 ON!

 

접대 모드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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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시작된 2019년 봄부터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고 이제 3년이 되었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작은 베란다에서 식물등의 도움을 받아가며 여러 식물을 키워 왔다.

2019년에 구매한 수국, 카네이션, 2020년에 구매한 페어리스타와 소국, 기타 화분들을 모두 합하면 열몇 종류의 식물을 키우고 있다.
생명을 돌보는 것은 의외로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장기간 집을 비울 때 화분들이 말라죽지 않게 돌아올 계획을 세워야 하고, 기온이 낮은 날에는 창을 닫아야 한다. 가끔 비료도 줘야 하고, 약도 뿌려야 하고, 필요하다면 분갈이를 하며 손에 흙을 묻혀야 한다.

사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지름신이 왔기 때문이다.
지금 사서 키우면 딱 좋을 것 같은 미니델피늄과 금잔화 씨앗을 보았다.
다만 걱정이 되는 부분이 두 가지 있어 사지 못하고 있는데,
하나는 베란다는 이미 식물로 가득 차 있어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다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만약 가까운 미래에 장기 출장을 가게 된다면 식물을 돌볼 수가 없어 있는 식물마저도 처분해야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만.

그만 사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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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보게 되는 암묵적 약속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지원동기'라던가, '입사 후 포부'에 대해 말해 보자.

'지원동기'에 대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하라면
"나는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 회사에 지원했다." 라고 해야겠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꿈이니, 자아실현이니 하는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보통이고, 그 이야기가 일반적으로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회사측에서는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입사포부' 또한 그렇다.
"가늘고 길게 가겠습니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매니저니, 임원이니, 전문가니 하는 단어 중 한 가지는 필요하다. 입사 후 실제로 입사포부 란에 기재한 입사포부대로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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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일자리를 구하게 되었다.
신규채용자 소개를 위해서 자기소개 및 소감을 간단하게 써 달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일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열심히 일할게요." 정도의 말을 늘려서 담백하게 쓰고 싶은데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예시문구로 회사의 발전이 나의 발전... 회사의 일원으로서... 등등의 말이 적혀 있다.
이런 말은 20대의 신입사원들이나 하는 말이다. 경력사원으로서 이런 손가락 오그라드는 문구는 절대 쓸 수 없다.

이전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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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길가에 세워져 있는 피트니스 광고판을 보았다.
탑과 짧은 하의를 입은 아리따운 여성과, 하의만 입은 듬직한 남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필라테스 등록은 이쪽으로! 라는 문구와 함께 건물 입구 쪽을 가리키는 화살표 표시가 붙어 있다.

영하의 날씨다. 찬바람이 쌩 하고 분다. 광고판이 펄럭펄럭 흔들린다. 털 달린 후드를 뒤집어쓰면서 생각했다.

'추워 보인다. 오리털 패딩이라도 입혀 주고 싶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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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상 한구석에 놓인 아이패드를 흘깃 쳐다보았다.
배터리 쪽에 문제가 있는지 충전잭을 꽂지 않으면 화면이 켜지지 않는, 이제 출시된 지 6년이 다 되어가는 아이패드 프로 9.7.

- 귀여운 캐릭이 그리고 싶다.
- 귀찮아. 펜슬도 충전하려면 오래 걸린다구.
- 귀여운 거 그리고 싶다고.
-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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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와 편의점의 판촉 행사로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왔음을 알았다.
리터 스포트 알파인 밀크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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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최고온도는 8도이고, 모레 최고온도는 -1도다.
날씨가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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