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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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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공채에서 PT 면접을 봤을 때의 일이다.
대학원에서 내가 한 연구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면접관이 내가 무엇을 했는지 관심이 없고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의 전공 및 현업과 관련 없는 일에 끌려나와 면접을 보고 있는 면접관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연구 성과에 뻥을 약간 더해서 아주 멋진 연구인 것처럼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던 경험이 있다.

모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 분야를 해 본 사람을 뽑는다는데 설명을 들어보면 면접관은 실제로 이 분야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다. 새로운 분야 쪽으로 나가기 위해 포지션을 만든 것이다. 오랜만에 디바이스 피직스도 좀 보고, 동작원리도 다시 복습하고 회사 제품 라인업도 외우고, 코트와 구두도 사고 나름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절반은 만만했고 절반은 실망스러웠다.

만만하다는 말의 의미는, 공채 때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면접관이 아는 게 없어서 내가 그럴싸한 거짓말을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 같다는 의미다. 사기를 치려면 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최대한 신입사원에게 설명하듯 쉽게 설명했다.

실망스럽다는 말의 의미는 그래도 사람을 뽑겠다고 했으면 유관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조사를 하고 면접자에게 할 질문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의미이다. 질문을 너무 두루뭉술하게 하니까 대답하는 입장에서도 곤란하다. 몰라서 대답을 못 하는 게 아니고 적절한 질문으로서 성립하기 애매한 질문들이 많았다. 그 분야에 크게 관심이 없어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신중하고 똑똑한 면접자와 도전적이고 야심 넘치는 면접자 두 가지의 선택지를 가지고 갔는데, 후자를 선택했다.
신중하고 똑똑한 점을 부각시키려면 양자의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동등하고, 적절한 질문에 적절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똑똑한 점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어리버리하고 빠르게 면접을 끝낼 바에는 야심가 모드가 낫다는 판단이었다.

JD에는 내가 했던 일들을 해 본 사람을 구한다고 되어 있었으니까 적어도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이기를 바랬는데.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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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재단 프로그램 관련해서도 계속 전화가 오긴 하는데, 내게 포지션 제의를 한 이유가 학교가 잘 알려져 있고 전 직장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고, 실제 수행해야 할 업무는 그것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아주 많다. 내가 어떤 경력을 가졌고, 무엇을 해 와서 이러이러한 일에 맞을 것 같다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러이러한 전공에, 이러이러한 분야에서 일을 해서 이런 데 그 경력을 살리면 좋을 것 같다 라는 이유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었으면 하는데.
뭐 전 직장은 '나'를 필요로 했냐고 한다면 그것도 글쎄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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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꺼내 본 가방 끈을 이루고 있는 인조가죽 표면이 너덜너덜해져서 부스러기가 떨어진다.

7~8년 전에 5만 얼마 정도 했던 가방이니 언제 망가지더라도 이상할 일이 없었는데, 평소에 잘 꺼내놓지 않다 보니 미리 확인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일 주일 전에만 확인했어도 좋았을 텐데 하필이면 어제 발견했다. 그렇다고 캔버스백이나 종이 쇼핑백을 들고 갈 만한 자리는 아닌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들고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구깃구깃한 가방과 벗겨진 가죽끈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막상 새 가방을 사려니 쪼들리는 지갑 걱정에 선뜻 손이 가지도 않는다. 쓰자니 너무 구질구질하고, 버리자니 당장 사용할 만한 대체제가 없고 말이다.

오늘은 여러모로 참 슬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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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우바 직원이 영업용 칭찬을 해 주었는데, 내가 피부톤이 하얘서 톤업만 조금 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칭찬해 준 사람이 무안해지지 않도록 지금 톤업크림을 발라서 희게 보일 뿐 본래 피부는 붉은 기가 도는 피부라고 대답해 주었다.
집에 돌아 와서 거울을 보았는데 핏기가 싹 간 허여멀건한 얼굴이 보였다. 생각해 보니 하루 종일 컨디션이 나빴다. 아프면 피부가 창백해져서 깨끗해 보이는 것이니 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써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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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방문했을 때는 코로나 때문에 테스터 사용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하여 여러 제품들을 시연해 주면서 눈썹도 그려 주었다.
내 눈썹은 기본적으로 숱이 적고 가늘어 잘 보이지 않는 모나리자 눈썹인데, 브러시로 슥슥 하니까 진한 눈썹이 생겼다.항상 느끼지만 진한 눈썹은 스스로가 어색하다. 앵그리버드라던가 앵그리버드 눈썹을 가진 정치인 안모씨라던가...를 상상하게 되는 눈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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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들고 최대한 똑똑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본다.
(초롱초롱 +_+)

재미는 1도 없을 것 같은 샌님같은 얼굴도 가끔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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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오픽 점수를 하나 만들어 놓을 필요성을 느껴서 시험을 치러 갔다.

급 텐션이 높아져서 의식의 흐름대로 혼자 신나게 수다 떨다 왔다. 늙으면 자기 할 말만 실컷 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응시료가 비싼데... 2시 반의 나는 왜 한국어 말하듯이 했을까.
이미 저지른 것을 고민해 봤자 소용이 없으므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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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능검 결과.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기 만족감.
참 잘했어요 :D!! 축하하는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고기를 먹기로 합니다. 와 /ㅁ/
누구나 딴다는, 누구는 노베이스 2주만에도 딴다는 1급이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다만, 이 점수를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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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정보를 찾아보았다. PE라지만 흔히들 말하는 PO나 TPM계열에 가까운 것 같다. 세 가지 다 몰랐던 직무인데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아, 큰 틀은 알겠는데 회사마다 명칭이 다르고 역할도 미묘하게 차이가 나서 정확한 의미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R&D보다는 좀더 개발&마케팅&영업쪽도 발을 걸치면서 인싸처럼 굴어야 살아남을 것 같은 매우, 아주 불길한 기분이 든다. 안면인식장애+인간관계를 매우 어려워하는 성격인성에 문제 있음의 소유자로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외출장이 필요하다고도 되어 있는데 설마, 컨퍼런스에 나가서 고객님들이랑 인사하고 그래야 하는 건 아니겠지?

직무 이름부터 **B이 들어가 있니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계속 말하지만 거기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한다. 불안하다. L이 고객님은 AE가 담당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정보 조사 후 현재 신뢰도는 65%정도. 전체적인 제품 담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전에 하던 일의 확장판 - 적어도 이전에는 R&D계열 부서와 주로 의사소통을 했으니 - 같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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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은 눈으로 하면 안 되는데 왜 눈으로 하고 있는 것인가.

C로 코딩을 시작하였고 포트란과 IDL, JAVA(맛만 본), R(Getting started 좀 읽다가 만)을 해 본 입장으로서 파이썬은 너무나도 이상하다. 데이터 타입을 선언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자연스럽게 코드를 짜는 건 분명히 편한 일인데, 디폴트로 알아서 처리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좋은 일인데 말이다. 하나하나 잔소리해서 고쳐 주는 아내 vs 적당히 놔 두면 알아서 처리해 주는 방임형 아내 같은 느낌일지도.
데구알도 C복습도 시뮬레이션 방법론도 쌓여 있지만 레쥬메에 파이썬을 할 줄 안다고 써 놨기 때문에(<-모집에 파이썬사용자라고 되어 있어서) 이걸 제일 먼저 벼락치기 하고 있다.

배우기에는 매우 쉽지만, "뭐? 이걸 이렇게 표현해도 된다고?", "에에에엑? 괜찮나?" 라는 생각을 한 페이지에 몇 번씩 하면서 보고 있다. 코드가 너무 심플하고 들여쓰기로 블록을 구분하니 괄호도 별로 없어서 작성해 놓아도 그다지 예쁘지 않다. 예쁘면 좀 더 재미가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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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정장은 낡았지만 전에 입던 걸 입어도 될 것 같다. 허리둘레가 조금 낀다. 다이어트를 해서 지금보다 1cm정도만 더 줄이면 딱 좋을 것 같다. 구두만 새로 샀다. 아울렛이라 싼 가격이라지만 비싸다. 전에 신던, 무려 10년 전에 산 구두를 신어도 될 것 같았지만, 마구 신어서 힐 측면이 찍히고 축이 닳아서 높낮이가 차이나길래 구질구질해 보일까봐 새로 사 버렸다. 둘 다 무광 검정이지만 전의 구두는 뾰족한 코, 이번의 구두는 둥근코다.

신발을 받으면 미리 신고 다니면서 길을 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최근 삼여년간 힐 달린 구두를 신을 만한 이벤트가 없어서, 신었다가 발이 아파서 맨발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불안 세포) : 불안해0_0

감이나 촉이나 운이 좋은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불안하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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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코딩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결국 계속하지 못하고 폐기한 JAVA, C++,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체력과 정신력의 부족으로 폐기한 것들이니 말이다.

이번엔 python이나 R 맛이나 좀 봐야징. 집게 손가락을 들어서 폭신한 표면을 폭 찍은다읍 냠 하고 빨아먹는 걸로 시작.
요즘은 강의를 제공하는 무료 플랫폼이 많아서 좋다.

적응이 되면 잉팩토리얼 프로젝트도 다시 시작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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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C 점수도 하나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신청했다.
Advanced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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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할 때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건 잘 하지만, 디테일에 약하다. 연도를 묻는 문제 같은 것 말이다.

역사책 같은 경우는 보통 시간순으로 목차가 만들어지고 그에 맞게 내용이 쓰여지므로, 쓰여진 내용과 그 내용이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흐름을 파악한다. 이렇게 썼지만 사실 책을 스캔해서 외우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올해 열리는 시험은 내일이 마지막이고 그 시험이 내 첫 번째 시험이다.
스캐닝은 50%정도 된 것 같은데, 기출문제를 보니 너무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는 유형이 많다. 잘 해낼 자신이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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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채점 결과 98점. 휴.
올해의 마지막 시험이라 한 번에 끝내지 못하면 어떡할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잘 끝낼 수 있었다.

50문제 중 알아서 푼 문제는 47문제, 본 적이 없지만 상황을 추론해서 맞춘 문제는 2문제, 정말 몰라서 찍었는데 틀린 문제 하나.

역시나 찍신과는 거리가 멀다.

어제 밤에 달렸으니까 오랜만에 낮에 좀 자고, 일어나면 저녁 먹고 유미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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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를 오픈해 놨더니 들어오는 업계는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Fabless쪽을 제안받은 건 신선했다. 관련 업계에 아는 사람이 없고 정보도 잘 찾을 수 없지만, '공정', '중국' 등의 키워드를 보아하니 파운더리 쪽 출장을 엄청나게 다니겠다 싶었다. 게다가 국내 팹리스는 모 회사 말고는 실적이 시원찮은데, 미래에 어떻게 될지 잘 알 수가 없다. 정보를 찾아야 하는데 전에 귀찮다는 이유로 블라인드 아이디를 생성해 놓지 않은 게 조금 후회스럽다. 뭐 JD에 적힌 직무가 내 경력과는 달라서 어쩐지 문전박대 당할 것 같아 일단 거절하긴 했다.

이력서에 쓰여진 경력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 자부하지만, 직무 특성상 타 업계 확장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살짝 틀어서 다른 직무를 해 보고 싶은데, 경력직은 핀포인트로 원하는 요건을 맞춰야 하니 쉽지 않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라인이 싫다. 가능하면 멀리 가고 싶다. 도망쳐. 다시는 돌아가지 마. 라는 마음의 소리가 계속 들린다. 그냥 싫은건 싫으니까 싫은거다. 24시간 내내 도는 생산 라인도, 휴일 지나면 쌓여 있는 이슈도, 방진복도, 뜬금없이 트렌드 레포트 던져놓고 튀는 데이터 원인 찾아내라는 것도, 무슨 이슈든 우리가 다 정리 보고해야 한다고 해서 아침부터 타부서에 전화해서 물어보면서 '그걸 왜 거기서 정리하는데요?'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해외 출장을 보내는 것도, 전부, 전부, 전부, 전부.

이렇게 결국, 지속가능한 직업을 찾는 시도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텅 빈 통장잔고와 망가진 오른팔을 가지고 마트 알바의 길을 가야 하는 건가?

부디, 기적이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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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ing Letter를 을 써서 선생님한테 들고 갔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내 문장이 난도질당했다. 으악! 주어와 동사와 부사 기타 등등의 팔다리가 다 잘리고 재접합되었어!

이공계라서 그래요. 이쪽 분야는 문장을 길게 쓰지 않아요. 심지어 논문 쓰는 사람도 영어 잘 못 하는 사람 많아요!
라고 궁색하게 변명을 해 보았다. 그래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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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과 CV+자기소개서를 쓰는 거짓의 시간이 다가왔다.
왜 거짓말인 줄 다 알면서 묻는 거지? 겉보기에 공정해 보이기 위해서인가?
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단계 사람을 거르기 위한 방식인가?
못 쓰면 깡통, 잘 쓰면 본전인 문서다.

학점이나 논문은 쓰잘데없는 미사여구 없이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을 나타내 주는 척도가 된다.
이 사람은 공부를 열심히 했군, 이 정도의 IF에 이 주제면 똑똑한 학자군, 논문 개수를 보아하니 열심히 연구했군.
그러나 CL, CV, 자기소개서는 너무나도 불합리하다.

직무기술서를 보자.
신문기사에 보도된 화려한 실적들을 마치 내가 이루어낸 것처럼 쓰지만 사실 그것들은 100명, 때로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 낸 하나의 결과일 뿐이고, 실제 내가 한 것들은 눈에 띄지도 않는 모래알같은 것들이다.
목적지까지 수레를 이동한 것이 실적이라고 한다면, 수레 오른쪽 앞바퀴 앞에서 작은 돌들을 주워서 길을 평탄하게 했어요ㅡ 라는 것들은 아무도 관심없어 할 거다. 그러므로 '도보를 평탄화하는 작업을 수행하여 마찰력을 감소시켰고, 수레의 빠른 도달에 기여하였다' 라는 식으로 쓰는거다. -_-
어떤 데는 길게 쓰면 끝이 없으니 짤막하게 쓰라고 하고 어떤 데는 자세하게 쓰라고 하고 첨삭팁이라고 올려놓은 것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자기소개서를 보자.
내 장단점,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왜 써야 하며 왜 그걸 또 직무와 연관을 시켜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직무와 연관을 시키기 위해 그럴싸한 장단점을 생각해 내야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협상가 역할을 하였다(x) 
정말죄송해요ㅠㅠㅠㅠ이거 ㅇㅇ님 지시사항이라서요! 다음에 제일 먼저 챙겨 드릴게요! 라고 징징대고 내 업무를 우선 처리했다.(O)    (... 지시사항이라서 챙기라고 한 걸 나더러 어떡하라고.)

항상 업무간 우선순위를 생각하여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였다 (x)
오후 4시에 떨어진 최우선 긴급업무를 위해 메신저 자리비움으로 해놓고 전화 안 받고 야근했다. (O)

이직 동기. 일이 별로거나, 돈이 별로거나, 사람이 별로거나 중의 하나일진대, 솔직하게 쓰면 안 된다고 한다. 'x같아서 관뒀다 어쩔래?' 를 속으로 백 번 되뇌면서 겉으로는 꿈이니 비전이니 하는 말을 써야 한다.

지원 동기. 돈을 벌지 않으면 밥을 굶어야 하니까. 가족들을 위해서. 라는 말도 못 쓰고 당신 회사가 이러이러해서 관심이 있었고 마음에 들었다 라며 아첨을 해 줘야 하는 더러운 세상.
앞으로의 포부. 월급 주는 만큼 일하면서 살거고, 1년 뒤에 어떻게 될지 나도 몰라요. 라고 못 하고 '5년 뒤에는 부장이 되어 있을 것이고 10년 뒤에는 임원이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해야 하다니. (임원은 비정규직이라서 솔직히 별로다.)

그리고 왜 이걸 첨삭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잘 써야 하는건데? 내가 일을 잘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말이야.

4시간 동안 썼는데 1/3페이지도 못 썼다.
나는 어떤 일을 잘 하고 빨리 할 수 있느냐에 있어서 의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의욕은 이미 마이너스다.

그냥, 다 때려치고 한강이나 갈까. 라는 말이 농담같이 들리지는 않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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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작고 빠른 플래그십은 이제 거의 출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선택지가 없었으므로, 아이폰 미니를 선택했다.

사전예약은 쿠팡고시에 실패하고, 공홈에서 할인 없이 정가로 샀다.
지원씨(Xperia XZ1c)가 죽기 전에, 빨리 사는 것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 프리징, 발열, 재부팅, 용량 부족(32GB 용량이라니ㅠ), 배터리 부품으로 인한 화면 들림과 그로 인한 조도 센서 오인식, 통화 중 저절로 통화 끊김... 소니타이머를 가지고 고생이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용량은 다다익선이니, 512GB로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256GB다. 중고로 팔더라도 128GB보다는 좀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도 있다.

핏빛 빨강, 블러디 레드다. 보고 있으면 헌혈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빨강색 쏘울의 토마토케첩같은 색에 가깝다.

크다. 지원씨보다 세로길이가 더 길고, 가로길이는 비슷한데 베젤이 살짝 더 얇아서 손으로 터치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그리고 뒤로가기 제스처를 쓰려면 왼쪽 측면의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데 오른손 파지를 해서는 엄지손가락이 닫지 으므로 왼손 파지를 해야 하는데 왼손 새끼손가락이 짧아서 불안정하다. 세로 길이가 길어서 어쩔 수 없이 위쪽을 터치할 때는 양손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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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 청소를 하기 위해 뒤쪽 덮개를 열어 본 것은 처음이다.
물빠짐 구멍 중 한 쪽이 막혀서 항상 밥을 지으면 물이 흥건해서 열어 보았다.

밥물이 굳은 덩어리와 미처 굳지 않은 질퍽질퍽한 밥물이 가득하다.
뚜껑 쪽은 그냥은 분리가 되지 않아서 조만간 드라이버로 덮개를 뜯고 청소를 해야 할 것 같다.

내부가 더러워질 수 밖에 없는 설계 구조로 제품을 만드는 것 말고는 방법은 없었을까.
사용 설명서에는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분해하여 제대로 청소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를 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 동안 그렇게 만들어진 비위생적인 밥을 먹고도 배탈 한 번 안 난 것도 대단하다.
사람은 생각보다 튼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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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가게에 갔는데 서비스로 옛날소시지구이를 받았다.
만 천원어치를 샀는데 삼천원짜리 반찬을 거저 주시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일요일은 쉬는 가게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저녁 장사를 빨리 마치고 돌아가고 싶으셔서 선심을 쓰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름 4cm, 높이 0.5cm정도 되는 핑크빛 원통형 소시지는 정말 밀가루 맛밖에 안 난다.
구매목록에 쏘야(비엔나소시지야채볶음)이 있어서, 옛날소시지와 겹친다.
ㅠㅠ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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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텍 마우스는 내구성이 형편없다.

스위치 고장에 의한 더블클릭 현상은 유명하다. 나도 그 증상 때문에 여러 번 마우스를 바꿔야만 했다.
지금까지 사용한 마우스들은 메인 버튼이 문제였는데, 지금 발생한 문제는 사이드 버튼의 더블클릭 현상이다.


"아...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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